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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페이지들/PENSIEVE

“선택적 망자 우대국”

지금까지 살면서 적지 않은 죽음을 경험했다.
연예계에 뛰어 들었다가 화려한 무대 뒤의 백스테이지의 어두컴컴함과 홀로 있음에서 오는 우울증으로 어린 나이에 자살을 해서 죽은 친구도 있었고,
성범죄의 피해자로 우울증이 와서 자살을 선택한 친구도 있었다.
폴리아모리(다자간 연애)였던 연인을 만나 임신을 하고, 폴리아모리인 친부의 보살핌을 받지 못해 우울증으로 자살을 선택한 친구도 있었다.
가장 가까운 가족의 죽음도 여럿 경험했다.
억울한 사건으로 돌아가셔서 가해자의 신분도 피해자의 신분도 안나오지만 신문에, 뉴스에 나만 알 수 있는 이야기로 보도되는 것을 경험한 적도.

죽음이라는 것은 어렸을 때부터 친숙했다.
언젠가는 내 생애가 끝난다는 것과 미지의 세계에 대한 두려움도 있지만 한편으로는 편하겠다라는 생각도 하고 있다.
수명이 다 하여 세상을 떠나면 참 좋겠지만, 그렇지 않을 수도 있으니 항상 모든 것에 있어 조심하는 편이었다.
가령 길을 건널 때는 좌우를 항상 살핀다던지, 매사 경계하는 성격이기도 하고, 위험한 곳에는 가지 않는다.
우스갯소리로 친구들에게 말을 했던 기억이 나는데, 나는 성격상 돌다리를 두들겨보고 건너는 수준이 아니라
돌다리가 부서질 때까지 두드린다고 할 정도로 조심하고 신중한 편이다.

사람이 죽는 것을 무슨 수로 막으며, 사건 사고가 생기는 것을 사람이 어찌 막을까.
2년 남짓한 군 생활에서는 전국 각지에서 일어난 군대 내에서의 사건 사고들에 대한 보고를 보면서
별 생각도 감정도 들지 않았던 것은 내가 그런 것들을 발생하지 않게 막을 수 있는 사람도 아니고,
이미 일어난 일이니 별 수 없어서 였다. 차를 타고 이동하다보면 전날 교통사고가 몇 건 있었고, 사망이 몇명 있었으며 부상이 몇명 있었는지 하는 표지판을 보게 된다.
그저 무심하게 지나칠 뿐. 그 숫자에 내가 포함되어있지 아니하고, 주변 사람이 포함되어 있지 아니하길 바랄뿐.
매초 매분 매시간 수 많은 사람들이 죽고 사라지는데 요 몇년 간 세상을 떠나간 사람들이 세상을 떠나지 못하고 메아리가 되어
끊임없이 울려펴지는 상황들이 반복되는 것이 매우 낯설다. 우리가 살고 있는 세상은 어벤저스가 살고 있는 세상이 아니라서.
히어로가 등장을 하고 사람들을 위험에서 구원해줄 수 있는 곳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왜 구하지 못했는지, 왜 죽어야만 했는지를 계속해서 조명하고 책임자의 사과와 처벌을 원하며
일부는 왜 애도하지 않는지, 피도 눈물도 없는지, 너 가족이라고 생각해봐라 하는 것처럼
손가락질 하는 모습들을 보며 도대체 어디서 부터 잘못된 것일까 싶다.

기억나는 사건 사고 몇 가지를 나열하자면 옛날에 백화점이 붕괴되었던 적이 있고, 다리가 무너졌으며,
지하철에서 방화로 화재가 발생해 참사가 일어났었고,
수련회에 갔던 수 많은 학생들이 화재로 죽었고, 버스가 추락을 해서 많은 사람들이 죽었고,
배가 가라앉아 많은 사람들이 죽었으며, 대한항공이 테러 당한적도 있었다.
그 외에 더 크고 작은 사건 사고들이 많았는데 유독 몇몇 사건들은 시간이 지나도 끝이 안나는 기분이다.

마치 영화 <신과 함께>에서 김자홍(차태현)의 동생 김수홍(김동욱)이 계속해서 이승을 떠나지 못하고 멤도는 것 같다랄까.

지하철 문에 붙어있던 이태원 참사 관련 불법 부착물

이 글을 쓰게 된건 어느날 지하철을 타고 이동을 하다가 지하철 문에 붙어있는 이 스티커를 보게 되었기 때문이었다.
그러면서 지하철 타고 가는 동안 이런 저런 생각을 했었다. 과연 저것을 왜 붙였을까.
애도하는 것은 나쁜 것은 아니다. 개인의 선택이고, 얼마든지 애도는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다만 애도가 강요되어서는 안되고,
그것을 표현하는 방식에 있어서 불법적인 방법이 동원되서도 안된다고 생각했다.

자신이 다녀온 것에 대한 것을 저렇게 부착해서 알리는 것이 무슨 의도인지, 무슨 취지인지, 어떠한 심리적인 배경이 있는지,
잘 떠오르지도 않지만, 무슨 깊은 뜻이 있다고 하더라도 별로 받아들이고 싶지 않은 거부감만 든다랄까.

대한민국 역사를 볼 때, 그리고 전 세계적인 역사를 볼 때 참 많은 사건 사고들이 있었고, 많은 사람들이 생을 마감했다.
그 모든 것들을 기억하고 기리는 것이 아닌 일부 사건 사고에서 발생한 고인들만 기억하려는 사람들과
마치 고장난 비디오테이프처럼 특정 장면만 계속  무한 루프되는 오늘날의 상황들이 매우 기이하고 이상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