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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페이지들/PENSIEVE

"설국 열차 끝 칸에서의 냄새"

2023.03.27.

 

2023년 3월 27일, 새벽에 잠이 깼다가 다시 잠든 뒤 약 한시간 반 동안의 꿈의 기록.

어느날과 마찬가지로 운동을 갔다. 반팔에 나시티에 운동에 걸맞는 복장으로.
운동을 끝마치고 시간을 보니 오전 9시를 향해가고 있었다.
이력서를 보냈던 VC회사에 면접이 예정되어있다는 사실을 떠올렸다. 면접 예정 시간까지는 얼마 안남은 상황.
집에 가서 씻고 옷을 갈아입고 다시 나와서 면접 장소로 이동하기에는 시간적인 여유가 부족해 면접을 포기할까 싶다가도
그래도 어떤 회사인지는 알아봐야겠다는 생각에 운동복 차림 그대로 회사로 이동했다.
내가 어떤 옷을 입었는지에 대해 불편함을 느끼는 회사라면 어쩔 수 없지라고 생각하며.

회사에 도착을 했고, 직원한테 연락을 하여 도착했음을 알렸다.
면접관이 올 때까지 잠시 의자에 앉아서 기다리는 동안 회사를 한번 둘러볼 수 있었다.
연보라빛 벽색에 긴 복도를 따라 방들이 줄줄이 있었다.

잠시 후 그레이색 정장에 안경을 쓴 면접관이 와서 인사를 하며 자기를 소개했고 면접 장소로 이동을 했다.
긴 복도를 따라 이동하면서 많은 방들을 지나쳤는데 방 마다 누구의, 어떤 용도의 방들인지 쓰여있지 않았다.
얼마 안 지나 면접관은 자기 방이라며 안내했고, 생각보다 방 안이 넓다는 것에 놀랐다.
브라운 톤의 인테리어로 되어있었고 바닥과 책상이 있는 단상과는 상당한 단차가 있는 방이었다.

면접관의 방

면접관이 몇가지 질문을 하고는 본격적인 면접에 시작해보자며 일어나더니
면접관 의자 뒤에 있는 미처 발견 못한 문을 열었다. 그리고 이것이 면접이라며, 자기가 먼저 시범을 보여주겠다고 했다.
문 밖으로는 그냥 하늘이 보였고, 밑에는 물이 있었다. 높이는 30미터 남짓.
그곳을 뛰어내리더니 물 밑에서 떠 있는 상태에서 나도 뒤 따라 오라고 외치는 소리가 들려왔다.

순간의 갈등을 했다. 뛰어내릴까? 뛰어내리면 할 수 있겠다는 생각도 들긴 했지만,
굳이 이렇게까지 다칠 위험을 간수하면서 까지 회사에 들어가야 하는가 싶었다.

면접관의 방에서 나와 나가는 길을 찾기 위해 복도를 잠시 돌아다녔다. 잠긴 방도 있고, 닫힌 방도 있고.
오래 전 피아노 학원이었는지 낡은 피아노들이 방 곳곳에 놓여있었다.
출구를 찾을 수가 없어 안내 데스크에 있는 직원이 있는 곳으로 갔고, 어디로 나가야 하는지를 물었다.
직원은 나가는 곳은 없다고 하였다. 그래서 내가 그럼 당신은 어디로 들어오고 나가는지 물어보니
단상 밑에 나갈 수 있는 유일한 곳이 있다며 단상 밑으로 기어들어가는 것이었다.
곰팡이 핀듯한 눅눅한 느낌의 공간에 매우 좁고 어둡고 작은 체구의 사람이라면 모르겠지만,
도무지 내가 갈 수 있는 공간은 아니라는 생각에 몸을 돌려 다시 복도를 돌아다니며 다른 방법을 찾았고,
어느 한 방에 밑으로 내려가는 계단이 있음을 발견했다. 어두컴컴하기는 마찬가지.
쇠냄새 가득한 검은 색 계단을 내려가며 한층을 내려갔을 때 사방이 회전문들로 가득한 것을 보았다.
회전문들은 흔히 볼 수 있는 유리로 된 회전문은 아니었고, 검은 봉들이 교차하면서 돌아가는 형태의 문들로
그 어떤 문을 통과해도 나갈 수 없고 한번 들어서면 빙글 빙글 돌 수 밖에 없을 것 같은 느낌이었다.

회전문 예시

그래도 나가려는 시도는 해봐야하지 않을까 싶어, 회전문 하나를 골라 그 문을 통과하려 하는 순간,
방 전체가 뒤집어지는 듯한 어지러움을 느끼면서 바닥에 쓰러졌다.

그리고 잠에서 깨었다.

상당히 기괴한 꿈이었고, 설국열차의 끝 칸에서 냄새가 났다면 그러한 냄새가 나지 않았을까 하는
냄새가 꿈에서 빠져나오는 끝자락에 멤돌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