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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페이지들/PENSIEVE

"하강 나선의 늪"

2023.01.08.

최근에 면접을 보았다. 모 지자체에 주35시간으로 근무하는 다급 시간 선택제 임기제 공무원이었는데,
서류를 합격하고 면접까지 갔는데 정말 오늘날의 취업 시장이 '박살났다' 라는 표현이 부족할 정도로 정말 박이 터진다는 것을 실감을 했다.
임기제 공무원은 최소 2년 길어봤자 최장 5년 일텐데, 그 계약직 일자리를 놓고도 수십명이,
심지어 재공고가 나온 공고임에도 지난 공고에서 지원했다가 떨어졌던 사람이 또 지원하는 것까지 목격을 하니 정말 취업난이면서도 고용난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연봉 4,000만원도 안되고 7급 상당의 자리임에도 같이 면접 본 분들의 역량은 오버스펙을 넘어 그 이상의 분들이 왔다.
선진국 정책 연구원 출신에 선도국가에서 박사 과정을 진행하고 있는 분,
60세 정년은 훌쩍 넘겼지만, 메이저 공기업에서, 대기업에서 임직원을 하고 오신 분들까지. 면접을 진행하면서 이게 무슨 상황일까 싶었다. 요즘 흔히 말하는 MZ세대와 586세대가 일자리를 놓고 경쟁하는 상황이란.
교수님 같은 나이가 있으신 메이저 공기업 출신에서 오신 분은 면접관의 7급 공무원 상당의 자리임에도
실무 담당자처럼 2030 공무원들과 일을 할 수 있겠냐는 질문에 할 수 있다고 답변했다.
임기제 공무원은 정년 나이제한과 무관하게 할 수 있고, 임기제 공무원의 계약기간인 2년 안에 성과를 보일 수 있도록,
제안한 사업을 완수하기 위한 관련 네트워크 및 기관 담당자들과의 사전 컨택을 해놓았고 협의도 어느 정도 진행해두었다고 했다.

짬에서 나오는 바이브라고, 2030이 따라갈 수 없는 네트워크와 경험을 강점으로 어필을 하시는 모습을 보고,
정말 무한 경쟁 사회라는 생각이 다시 한번 들었다.

며칠 후 결과가 나왔는데, 유명 정책 연구원 출신의 박사 과정을 진행하고 있는 분이 합격한 것을 보고 역시 싶었다.
그분은 약 30대 정도로 보였는데, 공무원들 입장에서 부서 내 7~9급 공무원들과의 나이 격차도 크게 안나면서
스펙도 경험도 어느 정도 뒷받침 되어주는 사람을 선발한 듯 싶었다. 딱 공무원들이 좋아할 법한 스펙의 사람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다른 부서에다가도 자랑하기 얼마나 좋은가.

최근에 주변에서 이직을 시도하는 사람들, 취업을 시도하는 사람들에게서 이런 저런 이야기를 듣고 있는데, 정말 큰일이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아는 지인 분 회사도 채용 중인데, 평소라면 지원도 안할 스펙의 사람들, 오버스펙의 사람들이 대거 지원하고 있다고 했다.
많은 스타트업들과 중소/중견 기업들에서 정리해고와 희망퇴직을 하고 있으면서, 이러한 사람들이 다시 재취업을 하려고 나오는 상황.
지인도 최근에 어떤 한 임기제 공무원 면접 자리에 갔는데 자신만 30대였고,
나머지는 5060이었는데, 어딘가에서 다들 한자리 하시던, 임원 아니면 차부장급들이 온다고 했다.

최근에 이 영상을 보았다. “한국 사회가 낳은 13만 히키코모리”
밖에 나가는 것도 다 돈이고, 돈이 들어가는 곳 투성이라서 왠만해서는 외출을 잘 안하고 있다.
필수적인 것을 빼고는. 거의 집에서 이력서를 쓰고 있고, 밥도 집에서 해결하고 있다. 정말 히키코모리 같은 삶을 살고 있다.
이번 겨울에 난방을 집에 틀었던 날이 손에 꼽는 것 같다. 한파 때도 난방을 안틀었으니, 난방비를 최대한 아끼려는 생각이었다.
다행인 건 그렇게 춥지는 않았다. 체질상 더위를 잘 타는 제질도 있었고.
이 영상에서 몇몇 댓글들이 참 안타까우면서도 공감가는 댓글들이 있었는데 , 그 중에 몇개를 가져와봤는데.

화장장에서 13년째 근무중입니다. 처음 일할때 10여년전 보다 20-30대가 자살하여 화장하는 수가 눈에 띄게 늘었습니다
일주일에 거의 5건 이상으로 자살건수가 많네요. 안타까운 현실입니다.
은둔생활 해본 사람은 알겠지만 한번 만들어진 하강나선의 늪에서 빠져나오는거 진짜 정말 힘듬
요즘세상은 예전보다 청년들이 늪에빠지기 더욱 쉬워지고 헤어나오기 너무힘듬 하루하루 사는게 숨이 턱턱막힘...


’하강 나선의 늪‘ 이라는 단어가 너무나도 공감갔다. 한번 하강하기 시작하면 시간이 지날수록 가속도가 붙어서 더 빠르게 떨어지는.
그래서 결국 극단적인 선택을 하는 사람들도 있다는 것. 특히 1인가구가 많아진 요즘 더더욱 마음을 붙일 곳이 없고,
나눌 곳이 없는 2030들이 많아서목숨을 끊는 것으로 고독을 멈추려는게 아닐까 싶었다.

요즘 혼자 살고 있는 1인가구 2030끼리 단체 채팅방을 만들어 서로의 생존을 체크해준다고 하는 채팅방도 운영되고 있다고 하니,
그만큼 죽지 않고 살아보려는 노력을 하는 사람들까지 있다는 생각을 했다.
얼마 전에 친구랑 이야기 하다가 나왔던 이야기인데, 정부에서 1인 가구들을 위한 사회 안전망 중에 가장 시급하고도 필요한 것은
정신 건강과 심리 상담에 대한 지원이 있어야 할 것 같다고 이야기를 했었다.

정말 생존하기 힘든 세상이 온 것 같아서 정말 안타깝기도 하고, 버겁기도 하지만 그래도 버티면서 하루 하루 살다보면
살아지는게 또 삶이라서 오늘도 이력서를 넣고 갈 수 있는 곳들을 찾아본다.
하강 나선의 늪에서 어떻게든 벗어나보려고. 감정의 고저는 최대한 뒤로 미뤄놓고 살아내는 수 밖에.

글을 쓰다보니 떠오른 것인데, 스쿠버 다이빙을 하다보면 하강 조류를 만날 수 있다.
하강 조류는 말 그대로 아랫방향으로 조류가 흐르는데, 이 조류를 벗어나기란 쉽지 않다.
스쿠버 다이빙 베테랑들도 하강 조류를 만나면 당황하고 사고를 당하기도 한다니 대자연 앞에서 얼마나 연약한 인간인가 싶다.
이러한 하강 조류를 벗어나는 방법은 이론상으로는 거슬러 올라가려고 하는 것이 아닌 평행으로 이동하면서 BCD(공기를 넣어 부력 조절하는 장치)에
공기를 넣어 하강 속도를 줄이는 것으로 벗어난다고 하는데, 무엇보다 가장 중요한 것은 패닉하지 않는 것.
침착하게 벗어나려고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패닉하면 더 위험한 상황에 놓일 수 있으니.

삶의 하강 나선의 늪에서도 패닉하지 말고 침착하게, 벗어나려고 노력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