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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페이지들/PENSIEVE

"오케스트라에는 두 명의 지휘자가 있을 수 없다"

2023.01.06.

2022년의 마지막 해에 가족들과 함께 송년음악회를 찾았다. 다양한 스펙트럼의 음악을 좋아하는탓에 혼자서 이런 저런 음악회나 공연들은 자주 가는데 무엇보다 동생과 동생의 연인과 찾은 것은 처음이었다. 동생도 나도 비슷하게 클래식 음악을 좋아하고 동생은 피아노를 취미로, 나는 비올라를 취미로 하는만큼 전공생만큼은 아니지만, 음악을 좋아하는 환경에서 자라왔다는 공통점은 있다.

설레는 마음으로 자리에 앉아 연주를 감상했다. 지휘자의 손짓과 표정, 그리고 간혹 삐끗하는 오케스트라 단원들의 실수도 볼 수 있는 생생한 공연이 주는 매력이었다. 공연은 휘발성이 있어 그 때 그 순간에서 보고 느끼고 들을 수 있는 것들이 있다. 개개인들의 단원들의 얼굴을 보며 누구는 공연을 지금 즐기고 있구나. 서로 눈이 맞으면서 "우리 이때 활 긋기를 멈추자"와 같은 들리지 않는 메시지들이 오고가는 것. 그것들이 공연이 주는 매력이라 생각한다. 관객들의 어색한 박수치기의 눈치보기도 이젠 불편하다기 보다는 즐긴다. 박수 좀 치면 어때라는 너그러운 마음으로 받아들이는 편이다. 모를 수도 있지. 나도 처음부터 알던건 아니니까. 박수에 인색한 것 보다 넘치는 것이 낫다라는 생각도 들고. 이 공연도 악장과 악장 사이 박수가 나오고 중간 중간 소심한 박수들이 나오는데 그저 귀엽다는 생각이 들었다.

훌륭한 연주라고 보기는 어려웠지만, 그래도 괜찮았다. 지휘자가 중간에 바뀌기 전까지는.

지휘자가 바뀌고 원래 지휘자가 플루트를 들고 나타났다. 지휘자이면서 플루티스트였는데, 다른 지휘자가 오케스트라를 지휘하는데 플루트를 들고 있는 플루티스트가 중간 중간 오케스트라에게 손짓을 하며 지휘를 하는 모습을 보여주는데 매우 기분이 불쾌했다. 다른 지휘자도 불쾌했을 것 같았다. 오케스트라의 각 단원들이 한명의 지휘자를 바라보는게 아닌 두명의 지휘자를 인식하면서 생기는 혼선에서 만들어지는 혼란은 결국 관객들의 몫이기에. 관객들에 대한 예의도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본인은 플루티스트로 무대위에 올라가있는 것이지 지휘자로서 올라가있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망각한 듯 했다. 

흔히들 잘 구성된 조직을 오케스트라에 비유하고는 한다. 각자의 역할, R&R이 명확하고, 각자의 자리에서 온전한 소리를 내야 그 소리가 불협화음이 아닌 멜로디가 되어 좋은 소리로 들릴테니까. 

송년음악회 오케스트라를 통해 리더십의 중요성에 대해 다시 한번 되새겨볼 수 있는 시간이 되었다.
좋은 리더십은 낄끼빠빠(낄 때 끼고 빠질 때 빠져라)를 알며, 통일된 메시지를 줄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