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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페이지들/PENSIEVE

"초경쟁사회에서의 대학원 진학"

2023.01.05.

초경쟁사회, 초경쟁시대 라는 단어를 뉴스에서 몇년 전 봤던 것 같은데 정말 갈수록 더 심해지는 것 같다.
회사를 나오면서 이번 기회에 대학원 진학을 해야 할 타이밍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총 4개의 대학원에 원서를 넣었다. 한 곳은 면접날이 겹쳐서 면접 조차 못봤지만, 면접날을 미리 체크를 했어야 했는데 그것을 미리 확인 못했던 것이 1차 잘못, 그리고 두번째는 면접 시간을 미리 조율해볼껄 하는 생각을 했지만 이미 지난일이니.
전문대학원 2곳, 그리고 특수대학원 2곳을 지원했었는데, 총 면접 본 곳은 3곳.
전문대학원 1곳은 그곳을 박사까지 졸업하신 분의 추천서까지 해서 받아갔다. 안그래도 추천서 써주신 분이 요즘 경쟁이 너무 치열하다며 혹 떨어지더라도 다음 학기에 다시 한번 지원해보라고 해주셨다. 그래도 설마하고 갔는데 정말 황당할 정도로 경쟁이 치열했다. 평소라면 미달이 나서 겨우 겨우 T/O 채웠다던데 오전 오후 1차 2차로 나눠서 볼 정도로 지원자가 많았다. 30명 정도 뽑는 정원에 평소 지원자가 100명 남짓이었다면 이번에는 200명이 넘는사람들이 지원한 것.
경기가 안좋으니 대학원으로의 진학으로 공백기를 채워보려는 사람들, 남들보다 스펙 한줄, 네트워크 1명이라도 더 쌓아보려는 사람들로 대학원은 넘쳐나는듯 싶었다. 메이저 대학원에 한해서. 이 글을 쓰면서 대학원 지원자 통계를 찾아볼까 해서 검색을 조금 해봤는데, 돈 안되는 대학원은 오히려 경쟁률이 뚝뚝 떨어지는 상황.

2021학년도 신학대학원 경쟁률 0%대 추락…이유는? - 데일리굿뉴스

최근 들어 목회자를 지망하는 학생들의 수가 줄어들고 있다. 특히 신학대학원의 경우 대부분 정원을 채우기도 어려운 상황인 것으로 드러났다. 이를 두고 전문가들은 목회자 자질 하락 문제 등

www.goodnews1.com

위 기사는 2021년 기사이지만, 2022년 통계를 찾아봐도 별반 다르지 않고, 기사에서는 목회자에 대한 불신 + 기독교 인구수 감소 + 목사 공급 과잉이라지만, 뭐 한마디로 하면 돈이 원인이지. 목회자가 돈에 대한 논리로 접근하는 것에서 생긴 불신, 헌금이 안들어오니 생활이 어려울 정도, 파이는 한정적인데 그것을 나눠먹으려니 내 파이가 줄어드는걸 좋아하는 사람이 몇이나 되겠나. 다니고 있는 교회 목사와도 이야기 했었지만, 교회도 하나의 매장이고, 설교라는 상품을 파는 곳이고 결국 목사는 설교라는 상품을 성도들이 사줘야만 생활이 유지가 되는데, 성도들이 불편해하는 설교를 사줄리는 없고, 성도들이 듣고 싶어하는 사랑과 자애의 설교만 하면 되는거니까. 설교를 온전하게 전해야 하는 목회자로서의 숙명과 생존을 위한 설교 사이에서 끊임없이 고뇌하는 것이 목회자겠다.
어쨌든 말이 잠시 샜는데,  주변에서 특수대학원은 전문대학원보다 대외적인 수준이 낮으니 전문대학원을 가는 것이 좋을 것 같다고 이야기해주었다. 그런데 막상 해보니 특수대학원도 진학이 쉽지 않다는 것을 느꼈다. 다만 인터뷰에서 전문대학원과 특수대학원의 차이는 확연했다. 전문대학원의 교수님들은 내가 무엇을 하고 싶은지, 어떤 것을 연구하고 싶은지, 학문적으로 접근하는 경향이 강했고, 특수대학원의 교수님은 학업과는 전혀 상관없는 질문을 했었다. 대답은 하긴 했지만, 대답하면서도 이게 대학원 진학과 무슨 상관이지라는 생각이 계속해서 들었다. 그때 내게 물었던 질문 중 하나는 "자취를 하고 있는가? 왜 부모님과 같이 살지 않고 따로 살고 있나?"였다.
그리고 다른 지원자들보다 짧은 내 사회 경력을 이야기 하면서 “자취도 하고 모아놓은 돈 없겠네” 라고 코멘트를 했는데, 도대체 이게 무슨 면접인가 싶었다.

면접을 같이 들어갔던 사람들도 특수대학원과 전문대학원은 느낌이 매우 달랐다. 전문대학원은 정말 같이 동기가, 동문이 되었으면 좋겠다 싶은 느낌이 드는 사람들이었다. 그만큼 열정이나 지식이나 사회적인 지위나 스펙면에서 훨씬 뛰어났고, 특수대학원에 면접보러 온 사람들은 전문대학원에 면접온 사람들에 비해 동문이 되었으면 좋겠다라는 느낌이 덜 들었고, 상대적으로 약했다. 뭐랄까. 흔히들 말하는 사-짜에 가까운 느낌을 주는 사람들이 몇 있었다. 전문대학원에 온 사람이나 특수대학원에 온 사람이나 입으로 먹고 사는 것은 다들 비슷하나 내공이 뒷받침안되는 느낌이 강했다.

‘초경쟁사회’ 한국 등지는 한인 청년들

정확하고 빠른 뉴스 라디오코리아 뉴스

www.radiokorea.com

정말 한국의 삶은 너무나도 쉽지 않다는 것을 느낀다. 외국에서 살아봤던 경험이 있다보니 한국을 떠나면 또 다른 걱정, 또 다른 어려움들이 있다는 것을 너무나도 잘 알기에 나간다는 것도 선택하기 어렵다. 나를 잘 아는 주변에서도 외국으로 가라고, 한국에 어울리지 않는 재능도, 기질도 가지고 있는데 왜 한국에서 고생하고 있냐고. 우스갯소리로 한국의 인터넷이 워낙 빨라서 인터넷이 느린 외국으로는 차마 못가겠다라고 농담반 진심반으로 말하지만, 코로나 이후로 주변의 외국에서 살던 많은 친구들이 한국으로 귀국하는 것을 보며 더더욱 한국에 있어야겠다라는 생각이 곤고해졌다. 코로나라는 특수한 상황에서 결국 자국의 국민들을 우선하고, 아무리 외국에서 오래 살고, 그곳의 학교를 다녔고, 그곳의 문화를 너무나도 잘 앎에도 불구하고 결국 이방인이라는 것을. 그리고 한국에서 살면서 일하는 외국인 친구들을 봤을 때 비자 문제로 회사를 쉽게 옴기지도 못하고, 비자 문제를 해결해줄 수 있는 회사만을 찾는 어려움을 보면서, 내가 외국에 나가서 살 때의 나의 모습이 저렇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주변에 대학원 다니는 친구들 중 하나가 대학원과 직장의 병행이 어려워 이직을 하려고 했다는데, 연봉도 상대적으로 낮고, 처우도 안좋음에도 불구하고 정규직도 아닌 계약직에 지원자가 엄청 많았다고. 자신만 30대였고 나머지는 4050의 임원급 이상의 사람들이었다고 말해주었다. 경기가 그만큼 어려워졌구나 하는 것이 체감이 되었다. 그리고 한편으로는 사회초년생의. 나보다 경력이 없는 신입들은 경력자들과 같은 일자리를 두고 경쟁해야 하는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니 "경력자만 뽑으면 신입들은 어디서 경력쌓냐"와 같은 말이 나오는 것이겠구나 싶었다.
대학원이라는게 가성비를 따질 것은 아니라는 생각도 들고, 동문의 수준이든, 교수의 수준이든, 결국 나 하나, 내가 어떻게 하기 나름이라는 것. 내가 어떻게 시간을 만들어나가는가, 나를 어떻게 잘 포장하고, 나의 전문성을 대변할 수 있는 논문을 어떠한 방향으로 작성하는가에 따라 달라진다는 것. 그리고 친구가 이야기해준 학사 때는 몰라도 용인이 되었지만, 석사때는 모르면 안된다는. "석사인데 그것도 몰라?" 라는 것으로 달라진다는 것을 보면, 일반대학원이건, 전문대학원이건, 특수대학원이건 석사학위가 주는 공통적인 대외적인 인식은 저렇다는 것을. 대학원 진학을 하게 된다면 내가 열심히 한만큼 나를 만들 수 있다는 것을 생각하게 해준 요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