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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페이지들/PENSIEVE

"실속 없었던 2022"

2022년에서 2023으로 새해가 밝았다. 2022년을 보내면서 지난 1년간의 달력에 적어두었던 스케줄들을 하나둘씩 살펴보면서 나 참 열심히 살았구나가 아니라 참 실속이 없었구나 싶었다. 거의 매달 1명에서 2명의 사람과 소개팅을 하고 1회의 만남으로 끝난 적도 있고 2~3회 이상의 만남을 가졌지만 그 어떤 것도 이어지지 않았던. 

친구들과 우스갯소리로 마치 서로 서로 나라는 사람의 거절 메뉴얼을 공유하나보다고 할 정도로 다들 멘트가 너무나도 한결 같았다. 나는 나쁜 사람이 되고 싶지 않아와 정중한 거절이라는 모순된 단어들의 조합, 그런 기괴함으로 이러한 표현들이 나온다고 생각했다. 그런 의미에서 나도 참 안변하고 한결같은 사람이구나 싶다. 

정말 따뜻하고 좋은 사람인데, 가까이 하면 좋을 분인데


그렇게 따뜻하고 좋은 사람이라면 왜 곁에 둘 생각은 안하고 보내버리는지 이해도 가지도 않고 결국 탓할 것이라고 는 '타이밍'이라는 실체없는 것과 나에 대한 부족함을 탓할 것 밖에는 없던. 속된 말로 "내가 이사람과 키스를 하고 싶은가?" 라는 상상을 해보라던 친구의 말에 내가 이성적인 매력이 없는가라는 것에 대한 생각에 운동도 열심히 해보고, 평소 스티브잡스형 패션을 추구한다고 할 정도로 무엇을 입을까에 대한 고민은 무엇을 할까 내 미래는 어떻게 설계를 할까 그것을 어떻게 행동으로 옮길까 하는 것에 밀려 시간 낭비라는 생각이었는데, 옷도 미친듯이 사면서 평소 내던 카드값의 2배 이상을 써보기도 하고, 바버샵 가면 뭐가 달라질까 하면서 가보기도 하고. 그러면서도 결국 실속은 하나도 없었던 2022년이었다. 

서른 중반으로 불리던 때에서 이제 서른 후반에 접어들었다. 내가 어쩌다 여기까지 왔나 싶고. 어릴땐 지금쯤이면 결혼해서 자녀 한명 정도는 있겠거니 싶었는데. 이제는 주변에서도 소개해달라고 하기도 소개를 받는 사람도 부담스러워하는 '꺾인 나이'가 된 것 같아 새해의 첫 날이 더 축축 저지는 기분.

주변에 한참 전에 결혼하고 자녀가 둘 이상 있는 친구들도 있고, 이제는 한참 어린 후배들도 결혼을 한다며 청첩장을 보내오는 후배들이 간혹 있고, 싱글이다보니 차마 내게는 결혼식에 오라고 하지도 않는 것 같기도 하고. 끼리끼리의 법칙은 존재한다고 이젠 주변에 싱글인 사람들만 남은 느낌. 결혼한 사람들은 결혼한 사람들끼리의 커뮤니티 속에 살아가고, 싱글은 싱글들끼리. 

최근에 이 다큐멘터리를 보면서 정말 콘텐츠로서 소비되는 연애의 시대에 살고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과거 슈퍼맨이 돌아왔다와 같은 육아 콘텐츠들이 생겨나면서 '랜선 이모'와 같은 신조어들이 생겨났었다. 연애도 그때처럼 하나의 콘텐츠가 되어 대리만족하는 현상이 생겨난게 아닌가 싶었다.

최근에 유튜브 쇼츠 중에 <말년을 자유롭게> 라는 예능에서 주우재의 발언이 너무나도 공감갔다. 보고 싶다면 5:40부터
왜 연애 안하는지에 대한 질문에 주우재의 답변이 최근 느끼고 있는 부분이었다.

예, 저 못하고 있어요.
아, 이게 20대 때는 10개 중에 하나 맞으면 '고' 였거든요?
근데 30대 한 중반 넘어가니까 10개 중에 하나 아니면 뒷걸음질..


예전에 한 사람을 만나서 만남을 4번 이상은 가졌었다. 밥도 먹고 이야기도 많이 나누면서 성격도 무난무난했고, 종교적인 부분에서나, 직업적 부분도, 가정환경도 양가 부모님 건재하시고 화목한 것 같았고, 외적인 모습도 나쁘지는 않았다. 그런데 딱 한가지 걸리는 부분이 있었다. 건강에 대한 부분이었는데, 불면증이 있었고, 수면제를 먹음에도 불구하고 쉽게 잠을 못드는 사람이었다. 밤에 잠을 못드는 사람이라 내가 그 사람보다 일찍 잠드는 상황이었고, 아직 사귀는 사이가 아님에도 불구하고 서운한 감정이 느껴졌다랄까. 본인이 불면증이라고 하여 나까지 불면증이 생길 수 없는 상황이었다. 일찍 잠드는 것도 아니고, 중간에 잠이 깨면 다시 잠에 못드는. 기본적인 불안증이 심해서 택시도 혼자 못타는 사람이었는데, '그것이 알고싶다' 라는 방송을 좋아하고 자주 찾아보고 그것을 틀어놓고도 잔다고 했었다. '그것이 알고싶다' 와 같은 범죄나 별로 기분이 좋지 않은 내용들을 굳이 찾아보지 않는 사람으로서, 좋은 것만 보면서 살기에도 세상에 아름다운 것은 많고, 그것들을 보기에도 내가 가진 시간은 유한하다라는 생각에 그런 것을 보지 않는데, 그것이 알고싶다를 마치 자장가처럼, ASMR처럼 틀어놓고 잔다는 말에 쉽게 이해가 가지 않았다. 본인이 두려움이 많은데 그 두려움에 왜 먹이를 계속 주는지 아무리 생각해도 받아들이기 어렵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수면제 관련해서 다양한 종류들이 있고, 이러한 것이 나중에 임신했을 때 여러 부작용을 가져올 수 있다는 것도. 최근에 지인이 자녀를 출산했는데 장애를 가진 아이가 태어나서 기도해달라고 인스타그램에 올린 것을 보고, 아이는 아무런 죄가 없는데 부모의 부족함으로, 부모가 가진 장애로 자녀가 힘들고 고통받는 것이 옳지 않다고 느껴졌다. 그래서 그 하나에서 파생된 여러 갈래들로 그 사람과의 관계가 더 이상 진전되지 못했다.

참으로 어렵다. 정말 어릴 때 어른들이 말하시던 '모를 때 결혼해야 한다' 라는 것이 그렇게 공감갈 수가 없다. 나이를 먹을 수록 아는게 많아질수록 쉽지 않다. 친구들이랑 이야기하지만, 남자는 나이를 한살 더 먹더라도 남자가 원하는 이상형의 나이는 한살 더 먹지 않는다고 했던 적이 있다. 여러 이유가 있지만 주변 친구들을 보더라도 이러한 노산의 영향으로 장애를 가진 아이가 태어나거나, 산모가 힘들고 위험에 빠지거나 하는 경우도 있고, 결혼식에 가서 친구들을 종종 보다보면 나이차이가 얼마 안되거나 연상의 여자를 만나 결혼한 친구들을 보면 아내분이 남편보다 훨씬 늙어보이는 그런 모습들을 본적이 있다보니. 32살의 여자도 쉽지 않다는 생각을 한다. 거의 마지노선은 31살. 만으로는 30살이 마지노선인 느낌이랄까.

하나만 아니어도 뒷걸음질 치는 남자와 여전히 20대의 시간의 늪에 갇혀있는 30대 여자분과의 대화가 쉽게 이어지기란 너무나도 어렵다. 최근에 28살 여자와의 미팅에서도 오히려 더 편했던 기억이 있다. 적극성이 살아있는 느낌. 다만, 밥을 내가 샀는데 커피까지 내가 샀던 구도에서 이건 좀 아닌데 싶기도 하고, 나만 연락하려는 느낌에 더 이상 무언가를 하려고 하지는 않았다.

어렵다. 어려워.
자존감 깎이지 않으려고 아둥바둥하는 내 모습이 참 안쓰럽기도 하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