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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페이지들/HE

"병뚜껑 소라게 프로젝트 Ep.5"

2022년 4월, 독립에서 살기 시작했던 몇달 간은 좋았다.
지금도 안좋다는 것은 아니지만, 사람도 집도 사계절을 다 겪어봐야 안다.
여름에는 습도가 어마어마했고, 다용도실에 연결되어있는 창문을 열자니 앞에 빌라와 마주치고,
닫자니 또 너무 덥고 환기하는 것이 너무 힘들었다. 선풍이 없이는 못 살 정도였다.
선풍기를 다용도실에 두어 밖으로부터의 공기를 끌어오는 역할로 사용했다.
습도가 높아 집에서 나갈 때는 제습기를 틀어놓고 갈 때가 많았다.
제습기는 크면 클수록 좋다. 괜히 작은 원룸이라서 미니 사이즈를 살 필요가 없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미니일수록 하루 종일 혹은 제습의 효과가 떨어지기 때문에 오히려 하루 종일 제습기를 틀어놔야하니
전기료가 더 나간다. 이름도 없는 중소기업의 미니 사이즈를 샀다가 다시 팔고 좀 더 큰 위닉스 제품을 샀다.
가성비 따질 것이 있고 아닐 것이 있다는 것을 배웠다.

그리고 모기가 본격적으로 활동하는 늦봄과 여름 그리고 가을 겨울 초입까지는 모기와의 사투였다.
도대체 어디로 들어오는지, 에어컨인지 화장실 환풍기인지 하수구 구멍인지 알 수가 없는 루트로 계속 들어와서
밤에 자다가 일어나서 평균적으로 2~3마리는 잡고 자는 것이 매일의 일상이었다.

거주하는 원룸 평면도

18.48제곱미터 (약5.59평)으로 다용도실 제외하면 실제 거주 평수는 4평대라 엄청 작다.
그래서 최근에 아래 영상을 보면서 왜 출연자가 4.7평을 그토록 강조했는지를 알 것 같다.
4.7평은 너무나도 작다. 할 수 있는 것도 적고 삶의 질이 너무나도 안좋다.
왜 사람들이 큰 집을 고집하고 큰 집에 살고 싶어하는지 체감할 수 있었다.
단순히 재산으로서의 가치를 넘어 삶의 질, 가치 실현 등등 작은 집에서는 한계가 너무나도 많았다.
동남아시아처럼 계절이 더운 여름 정도로 국한된 것이 아닌 사계절이 뚜렷한 한국같은 나라에서 살기에는
원룸은 주거에 적합한 형태는 아니었다. 사계절 안입는 옷들을 보관할만한 곳도 부족했기 때문이었다.
아래 출연자가 대전이 자신의 정말 집이라 생각한다는 점도.
나 역시도 내가 현재 살고 있는 원룸을 별장이라고 저장해두었다.
별장이라기엔 초라하지만, 딱히 붙일 호칭이 없어서. 여전히 부모님과 살고 있는 곳을 집이라 부른다.

자취를 시작하면서 워낙 요리를 좋아하는덕에 이것 저것 요리를 엄청 해서 먹었다.
처음에는 인덕션을 이용해서 프라이팬에 고기를 구워서 먹다가 냄새가 너무 많이 나서
에어프라이어를 다용도실로 옴겨서 먹기 시작했다. 무언가를 구워 먹을 일이 생긴다면.
그 외에는 거의 끓여먹는 요리로 바꾸기 시작했다. 특히 냄새에 예민하다보니.
요 근래 들어서는 식단관리를 위해 양배추와 닭가슴살을 에어프라이어에 돌려 먹고 있지만,
다용도실로 에어프라이어도, 냉장고도, 전자레인지도 다 옮겨놓았다.
그 덕에 방을 조금이나마 넓게 쓰고 있지만.
침대도 원래 살던 세입자가 두고간 침대는 당근마켓으로 나눔해버리고 접이식 침대를 샀다.
그렇게 해서 조금이나마 넓게 쓰는 중. 짐이 없음에도 그렇다.
청소할 때 편하다는 것 빼고는 모든 것이 쉽지 않다.
사실 청소도 쉽지 않은 것이 화장실의 경우 넓지 않고, 샤워기와 세면대가 일체형이다보니 청소가 쉽지 않다.
틈바구니에 분명 물때와 곰팡이가 있는 것이 보이는데, 그 틈이 손이 들어갈 수 없을 정도로 좁고
변기 뒤편에도 곰팡이와 물때가 있을텐데 그것도 손이 닿지 않아 닦을 수가 없다.
청소에 무관심한 사람이라면 모르겠지만, 사용하면서 찝찝하다.

금리인상의 후폭풍

서울시 청년 임대보증금 이자지원으로 처음에 대출이자를 1%만 내던 것이 1.49%로 28,192원이 늘었다.
그래도 낮은 대출이자이긴 하지만, 이조차도 영향을 받았다라는 사실이 기분 나쁘다.

정말 병뚜껑 소라게라는 것을 느끼고 있다.
세상살이 정말 쉽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