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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페이지들/HE

"Alzheimer"

2022.05.28.

인간이라면 불가피한 것.
생명은 유한하고 누구나 다 나이를 먹고 언젠가는 다시 흙으로 돌아가는데
비록 젊었을 때는 죽음을 크게 자각하지 못하다가도 간혹 아 얼마 정도가 남았겠거니 하는 찰나가 가끔 있다.

최근 할머니가 알츠하이머 진단을 받았다. 충격을 받았다기보다는 이미 알고 있었고, 확정 판정을 받은 느낌.
코로나가 알츠하이머를 더 앞당겼을 것이라는 생각에 복잡한 감정이 든다.

30살은 시속 30km로 달려가는 자동차고, 60살은 60km에, 90살은 90km에.
사고날 확률도 높고 그만큼 목적지에 도달하는 시간도 빠른. 코로나로 사회적 거리두기가 시작된지 3년.
그 3년은 할머니와 할아버지에게는 너무도 길고도 소중한 시간이었고, 전화밖에 할 수 없었던.
실버타운에 있어서 유리창 너머로 인사하는 것밖에 할 수 없었던 시간들이었다.

우울한 감정이 갈수록 심해지셨고, 전화를 할 때면 리플레이 버튼이 눌려있는 것처럼
특정 이야기만 계속 반복되고 있었다.
코로나가 터지기 전의 시간으로. 그래도 새로운 이야기들이 나오기는 하지만 그 기억이 오래가지 않는다.

사회적 거리두기가 해제되면서 할머니 댁을 자주 찾아가는데,
냉장고에 이미 토마토가 있음에도 또 토마토를 마트에서 사려는 것을 보고,
집에 세탁 세제가 없다며 새로 샀는데 옴겨드리려고 집에 들고가니
이미 집에는 똑같은 세제가 뜯지도 않은채 여러개 쌓여있는 모습을 보고 착잡했다.

교회를 안간지 너무 오래됐는데
교회를 가고 싶다는 생각보다 기도를 조금 하고 싶어졌다.

지금까지 지나온 할머니의 시간들 중에 가장 행복했던 좋은 기억들만 남고
그 좋은 기억들 중에 내가 남아 있었으면 하는 바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