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청 오랜만에 영화를 보는 듯.
삶이 조금은 바빠지면서 영화를 볼 여유도 많이 없어서 짤막한 쇼츠나 유튜브 보는게 전부였던 것 같은데.
간만에 그냥 바쁜 것들을 뒤로하고 영화를 봤다.
제목이 끌려서 보게 된 것인데,
너무 오랜만에 본 영화여서 재미있게 봤다.
일본 영화는 예전 대학 때 교수님이 할리우드의 블록버스터 영화 같지 않고
처음부터 끝까지 잔잔해서 호불호가 갈린다는 말이 생각나는 영화였다.
세상이 시끄럽다보니, 영화의 잔잔함이 더 좋았던 것 같다.
마치 타닥 타닥 하면서 타는 모닥불 처럼 은은한 영화였다.
가을의 끝자락인 10월 말에 본 영화여서
시한부 인생을 살고 있는 아키토
그리고 또 시한부 인생을 살고 있는 하루나
하루 = 봄
아키 = 가을
가장 짧은 계절이기도 하고 떠나감이 아쉬운 계절이 담긴 이름을 가진 주인공 두명이 만나
우정과 사랑을 키워가는 모습들이 너무 아름다웠다.
영화 중간 중간에 가베라 라는 꽃이 등장하는데
처음에 아키토가 하루나에게 병문안을 가면서 선물했던 꽃이었는데,
처음에 선물했던 다섯송이에서 여섯송이로 바뀌면서 추가된 색상의 꽃이 파란색이었다.
영화가 지속되면서 파란색상이 많이 등장한다고 느껴지는 순간들이 있었는데,
감독이 의도적으로 그렇게 연출하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하루나가 그림을 그리던 스케치북의 색상도 파란색이었고
하루나가 아키토와 함께 외출했었던 고등학교 축제의 배경도 파란색으로 가득했고
아키토가 붓을 다시 들었을 때 그림 그리는 장면에서 캔버스를 채우던 색도 파란색이었다.
하루나가 먼저 세상을 떠나고, 아키토에게 남긴 그림에서 가베라 꽃이 또 한번 등장하는데
아키토가 주었던 여섯송이에 대한 꽃말은 ‘당신에게 푹 빠졌습니다’
그리고 하루나가 그린 세송이에 대한 꽃말은 ‘당신을 사랑합니다’
개별적으로는 노랑 = 궁극의 아름다움 , 주황 = 인내심 , 빨강 = 신비한 사랑
오글 거릴 수 있지만, 부끄럽지 않게 표현하는 모습들이 귀여웠다.
고등학생의 나이대의 풋풋한 사랑 같아서.
상당히 클리셰한 내용이지만, 어떠하리. 뻔한 스토리가 감동이 있고, 재미있는걸.